술 가이드 · 맥주

라거와 에일, IPA와 스타우트는 어디서 갈리나

2026-10-19 수정

맥주집 메뉴판에는 라거와 에일과 IPA와 스타우트가 한 줄에 섞여 있습니다. 이름이 많아 보여도 큰 줄기는 둘뿐이에요. 효모가 어떤 종류냐로 라거와 에일이 갈리고 그 아래에서 재료와 세기에 따라 스타일이 나뉩니다. 여기서는 맥주 심사관 인증 프로그램인 BJCP의 2021 스타일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숫자는 전부 그 가이드라인에 적힌 범위입니다. 실제 제품은 이 범위를 조금씩 벗어나기도 합니다.

효모가 둘로 가른다

BJCP는 상면발효 효모로 만든 맥주를 에일이라 부르고 하면발효 효모로 만든 맥주를 라거라 부릅니다. 에일 효모는 비교적 따뜻한 온도에서 일하고 과일 같은 향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요. 라거 효모는 차가운 온도에서 천천히 일하고 발효가 끝난 뒤에도 차게 숙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라거라는 말 자체가 저장한다는 뜻의 독일어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라거는 대체로 깔끔하고 에일은 향이 더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독일식 구분은 조금 달라요. 독일 쪽에서는 상면발효인지 하면발효인지를 먼저 보고 라거는 차게 숙성하는 방법으로 봅니다. 그래서 쾰슈처럼 상면발효 효모로 만들고 차게 숙성한 맥주를 상면발효 라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메뉴판에서 헷갈리면 효모 기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라거: 헬레스와 필스

뮌헨 헬레스(4A)는 황금색에 몰트의 부드러운 단맛이 앞에 오고 끝이 깔끔하게 마르는 독일 라거입니다. 도수 4.7~5.4%에 IBU 16~22로 쓴맛이 약해요. 저먼 필스(5D)는 같은 라거 효모를 쓰지만 홉 향이 또렷하고 더 드라이하고 쌉쌀합니다. 도수 4.4~5.2%에 IBU 22~40입니다. 둘을 나란히 마셔 보면 몰트 쪽으로 기운 라거와 홉 쪽으로 기운 라거의 차이가 바로 느껴집니다. 헬레스는 밥과 같이 마시기 편하고 필스는 홉의 풀 같은 향이 살아 있어 그 자체로 한 잔 즐기기 좋습니다. 라거가 다 밍밍하다는 생각은 필스 한 잔이면 바뀝니다.

에일: 바이스비어와 페일 에일

바이스비어(10A)는 독일 밀맥주입니다. 밀 몰트가 곡물의 절반 이상이고 탄산이 세고 입에 닿는 느낌이 폭신해요. 바이젠 전용 효모가 바나나와 정향 같은 향을 만듭니다. 도수 4.3~5.6%에 IBU 8~15로 쓴맛은 거의 없습니다.

아메리칸 페일 에일(18B)은 홉을 앞세우되 몰트가 받쳐 주는 미국식 에일입니다. 도수 4.5~6.2%에 IBU 30~50입니다. 효모는 중립적이거나 살짝 과일 향이 나는 미국식 혹은 영국식 에일 효모를 씁니다. IPA가 부담스러울 때 먼저 마셔 보기 좋은 스타일이에요.

IPA: 영국식과 미국식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의 줄임말입니다. BJC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700년대 후반 런던의 페일 에일이 인도로 실려 간 데서 출발했고 IPA라는 이름은 1830년 무렵부터 쓰였습니다. 잉글리시 IPA(12C)는 쌉쌀하고 끝이 마르며 홉 향이 있는 영국식 페일 에일로 도수 5~7.5%에 IBU 40~60입니다.

아메리칸 IPA(21A)는 확실히 홉 향이 나고 쓴맛이 강한 미국식 페일 에일입니다. 도수 5.5~7.5%에 IBU 40~70입니다. 미국 홉 특유의 감귤과 소나무와 열대과일 향이 중심입니다. 둘 다 에일 효모로 만들기 때문에 IPA는 에일의 한 갈래입니다.

스타우트: 아이리시와 임페리얼

아이리시 스타우트(15B)는 검게 볶은 몰트로 색을 낸 흑맥주입니다. 커피를 닮은 로스팅 향이 또렷하고 도수는 3.8~5%로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검은색이라 무거워 보여도 헬레스보다 도수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IBU는 25~45예요. 생맥주는 질소로 따라서 크림 같은 거품이 생기지만 병맥주에는 그 질감이 없습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20C)는 아주 진하고 아주 세고 아주 어두운 스타우트입니다. 도수 8~12%에 IBU 50~90이에요. 해석의 폭이 넓어서 초콜릿과 말린 과일과 탄 빵 같은 향이 겹겹이 나옵니다. 작은 잔에 천천히 마시는 맥주입니다.

숫자 읽는 법

라벨이나 메뉴판에 적힌 숫자는 세 가지만 알면 됩니다. ABV는 알코올 도수입니다. IBU는 쓴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홉의 쓴맛이 강해요. 다만 몰트의 단맛이 받쳐 주면 같은 IBU라도 덜 쓰게 느껴집니다. SRM은 색의 진하기예요. BJCP는 SRM이 색조보다는 색의 농도를 나타낸다고 설명합니다.

한잔노트에 맥주를 적을 때는 스타일 이름과 ABV와 IBU를 같이 남겨 보세요. 몇 잔 쌓이면 내가 좋아하는 쓴맛의 범위가 숫자로 보입니다. 그다음부터는 처음 보는 맥주도 IBU만 보고 대강 짐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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