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약주·청주는 어디서 갈리나: 주세법으로 읽기
2026-10-19 수정
마트 전통주 코너에 서면 막걸리 옆에 약주와 청주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병 모양만 보면 셋 다 비슷해 보여요. 그런데 이 셋은 주세법이 꽤 또렷하게 선을 그어 둔 다른 술입니다.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 라벨의 식품유형 한 줄만 보고도 어떤 술인지 짐작이 됩니다. 여기서는 법에 적힌 정의를 바탕으로 세 술의 차이를 정리해 봅니다. 막걸리는 법에서 쓰는 이름이 아니라 탁주를 부르는 일상 이름입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탁주와 막걸리를 같은 뜻으로 씁니다.
법이 나누는 첫 기준은 거르느냐 마느냐
주세법 별표는 탁주와 약주와 청주를 발효주류 안에 나란히 둡니다. 셋 다 녹말이 든 재료와 국(麴)과 물로 발효시킨 술덧에서 출발해요. 갈림길은 그 술덧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있습니다.
- 탁주: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않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입니다. 뿌옇게 남은 쌀 알갱이와 효모가 그대로 들어 있어요.
- 약주: 같은 재료로 만든 술덧을 여과하여 맑게 제성한 것입니다. 시행령은 식품공전에서 말하는 미탁 이하로 맑게 거르라고 정해 두었습니다.
- 청주: 곡류 가운데 쌀(찹쌀 포함)과 국과 물로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한 것입니다. 약주와 달리 쌀만 원료로 적혀 있습니다.
약주와 청주는 누룩 양으로 갈린다
둘 다 맑은 술인데 왜 이름이 다른지 궁금해지죠. 답은 주세법 시행령 별표 3에 있습니다. 쌀만 써서 약주를 빚을 때는 녹말 재료 무게 기준으로 누룩을 100분의 1 이상 넣어야 합니다. 청주는 반대로 쌀 무게 기준 누룩을 100분의 1 미만으로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전통 누룩을 넉넉히 넣고 맑게 거른 술은 약주가 되고 누룩을 거의 쓰지 않고 입국 위주로 빚은 술은 청주가 됩니다.
세금을 매기는 방식도 달라요. 주세법 제8조를 보면 탁주는 1킬로리터당 4만4400원으로 양에 세금을 매깁니다. 약주와 청주는 출고 가격의 100분의 30으로 값에 세금을 매겨요. 같은 맑은 술이라도 분류에 따라 세금 구조가 다르니 만드는 쪽에서도 이 선을 신경 써서 지킵니다.
누룩과 입국
법에서 말하는 국(麴)에는 누룩과 입국이 모두 들어갑니다. 누룩은 밀 같은 곡물을 거칠게 빻아 물로 뭉친 뒤 띄워서 만드는 덩어리 발효제입니다. 그 안에서 여러 종류의 곰팡이와 효모가 함께 자랍니다. 그래서 누룩 술은 향이 겹겹이 쌓이고 빚는 사람에 따라 개성이 크게 갈려요.
입국은 주세법 별표에 쌀에 곰팡이류를 접종하여 번식시킨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쌀 낱알 하나하나에 정해진 곰팡이를 입힌 것이라 균이 단순하고 결과가 안정적입니다. 맛이 깔끔하고 일정하게 나오는 쪽이에요. 요즘 공장에서 나오는 막걸리는 입국으로 빚은 것이 많습니다. 입국으로 빚어도 거르지 않고 뿌옇게 내면 법적으로는 똑같이 탁주입니다.
생막걸리와 살균 막걸리
식품등의 표시기준은 살균한 탁주에 살균탁주라고 적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이 글자가 없으면 살균하지 않은 생막걸리예요.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 있어서 병 안에서도 발효가 조금씩 이어집니다. 주세법 시행령 별표 2가 살균하지 않은 탁주와 약주에는 표시 도수보다 0.5도 더 올라가는 것을 추가로 허용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날이 갈수록 단맛은 줄고 톡 쏘는 맛과 신맛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생막걸리는 냉장 보관이 기본이고 뚜껑을 열 때 가스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살균 막걸리는 가열로 효모를 멈춘 것이라 맛이 거의 변하지 않고 상온 유통이 가능합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는 없어요. 갓 나온 생막걸리의 생생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언제 열어도 같은 맛이 나는 살균 쪽을 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라벨에서 볼 것
뒷면 라벨에서 다음 몇 가지를 찾아보면 됩니다.
- 식품유형: 탁주인지 약주인지 청주인지 여기 적혀 있습니다. 앞면의 멋진 이름보다 이 한 줄이 정확해요.
- 살균탁주 표시: 있으면 살균 제품이고 없으면 생막걸리입니다. 약주도 살균약주로 똑같이 표시합니다.
- 소비기한: 탁주와 약주는 소비기한을 적게 되어 있습니다. 생막걸리는 이 날짜가 특히 짧습니다.
- 전분질원료 100% 표시: 녹말 재료를 한 가지만 썼을 때 쌀 100% 같은 식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 원재료명: 입국인지 누룩인지 그리고 감미료가 들어갔는지 여기서 보입니다.
- 청주의 순: 발효로 얻은 알코올이 전부 백미에서 나온 청주에만 순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다.
노트에 적어 두면 좋은 것
한잔노트에 막걸리를 기록할 때는 유형과 살균 여부와 마신 날짜를 함께 적어 보세요. 같은 생막걸리라도 소비기한 초반에 마신 것과 끝 무렵에 마신 것은 다른 술처럼 느껴집니다. 몇 병 쌓이면 나는 누룩 향이 진한 약주 쪽인지 입국으로 빚은 깔끔한 청주 쪽인지가 보여요. 그다음부터는 라벨의 식품유형만 보고도 고를 수 있게 됩니다.